테슬라 주가는 2023년 7월 고점 293.3달러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2024년 4월 22일 142달러로 고점 대비 대략 50% 이상 하락했습니다. 국내 서학개미들의 보유종목 1위가 테슬라인만큼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입니다. 그간 주가 변동성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향후 주가 전망과 투자 전략 등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1. 테슬라 주가 변동성
서두에 언급했듯이, 지난 1년간 테슬라 주가는 폭락과 폭등의 롤러코스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의 초대형주식의 움직임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변동성입니다. 테슬라 위기설은 지난 4월 23일 1분기 실적발표가 있기 전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대부분 투자기관들과 시장참여자들은 실적 부진(어닝쇼크)을 예상했고, 만약 실제 어닝 쇼크의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주가의 추가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망매물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테슬라 주주로서, 주가가 더 바닥을 뚫을 것이라는 극도의 공포심마저 들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라'는 주식의 격언이 있지 않습니까? 일론머스크 CEO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겠지요. 실적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이라는 반전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그간 제기되었던 루머들에 대한 해명 이후 테슬라의 성장가능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며 20%에 가까운 주가상승을 유도했습니다. '과연 일론머스크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는 했지만, 이거 이래도 되는 걸까요? 코스닥 동전주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렇게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일까요?
2. 주가 변동의 배경
한 때 시가총액이 1000조가 넘었던 종목 치고는 주가 움직임이 참으로 기이합니다. 참을 수 없는 주가의 가벼움이랄까요? 이런 현상의 1차적 원인은 물론 테슬라 자체의 위기설이지만 그 근간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있습니다. 테슬라 위기설은 2024년 1분기 어닝쇼크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 실적 수치를 보면 매출 213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9% 감소, 이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 영업이익의 경우 12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6% 하락해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였습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루머들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1분기 차량인도량은 38만 6810대로 2024년 4분기 48만 4507대 대비 20% 감소, 전년 동기 대비로는 8.5% 감소를 보였습니다. 판매 마진 역시 동기대비 18.96%에서 16.53%로 하락했습니다.
실적 부진은 단지 테슬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 핵심은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온 전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내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정책을 고수했는데, 최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노조(UAW)의 표를 의식하여 내연 규제를 완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고 전기차 정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내연차 배출가스 규제정책인 유로 7의 기준을 완화하고 도입 기간을 미루는 등 친환경 정책에 반하는 흐름에 동조하고 있고, 정책적 보조금의 축소는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현대와 기아의 유럽 내 판매고의 상승과 일련의 주가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이 가능합니다. 도요타, GM 등의 경쟁사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수하는 반면, 테슬라는 전체 라인업에 걸쳐 가격을 인하하는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영업마진은 전년 11.4%에서 5.5%로 급락했습니다. 덧붙여 연준의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불확실한 거시경제적 환경들도 주가의 변동성에 부채질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성장 전망
(1) 전기차 회사로서의 전망
테슬라의 1분기 사업 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자동차 판매부문이 총매출의 86%, 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이 각각 7%, 10.7%를 보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는 시장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단순히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기타 다른 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임에 틀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시장의 호황과 친환경 정책의 혜택을 누렸던 허니문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테슬라라는 회사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테슬라의 잠재적 기술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FSD(Full Self Driving, 완전자율주행)과 AI 기술은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대중은 자동차 판매량 등의 수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론머스크 자신도 올해 전기차 인도량이 지난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어 시장지배력이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급형 전기차 모델 2 출시 시기를 2025년 후반기에서 2024년 말로 앞당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훗날 소프트웨어를 잘 팔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하드웨어를 잘 파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 컨퍼런스콜에서 모델 2 생산일정 발표에 시장이 격하게 반응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일 겁니다. 모델 2 출시 이전인 올 2~4분기까지의 인도량은 솔직히 기대하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전기차 회사에서 AI회사로 얼마나 부드럽게 변화하느냐의 관건은 향후 모델 2의 판매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FSD와 AI기반의 성장동력
머스크는 컨퍼런스콜에서 완전자율주행 서비스 로보택시(사이버캡)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호출기능을 통해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의 대략적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2030년에 이르면 2조 달러 이상의 시장규모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 차세대 사업의 배경에는 FSD(완전자율주행)와 AI기술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테슬라는 FSD 마일리지라는 수치로 자율주행의 진행정도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13억 마일을 기록하고 있고 매분기마다 2배 증가하고 있는 속도라고 합니다. FSD 마일리지는 180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실제 도로를 운행하며 주행데이터를 모은 거리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특히 감독형 완전 자율주행 V12(supervised FSD V12)의 출시 이후 3억 마일을 추가했는데, 그 기간이 불과 몇 달만이라고 합니다. 머스크는 80억 마일을 넘어서면 실질적인 자율주행이 시작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금의 추세라면 2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테슬라에 투자하지 말라는 발언은 그의 자신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근자감이 아니라 그동안 AI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자율주행 이외에 로봇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실제 작업 현장에 투입하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4. 주가 전망과 투자전략
올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상승세와 반대로 테슬라는 끊임없는 악재와 실적 저하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전기차 시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주기적으로 의심을 해소해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당분간 모델 2의 출시상황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 사이 중국산 저가 모델과의 경쟁 역시 중요합니다. 단기 이벤트로는 7월 2분기 인도량 발표가 있고, 8월에는 로보택시의 추가 공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지금까지의 큰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분산, 적립식 투자(DCA) 등의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상황 대처가 보다 유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CEO의 발언에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패턴이 반복되어 온 만큼 일부 발언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금물입니다. 머스크는 이미 무리한 약속을 남발한 후 지키지 못한 전례(FSD 출시일정 변경, 사이버트럭 가격변경 등)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잠재가치나 성장가치는 현재주가에 반영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의 판매량과 매출이 없으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 주식들이 AI 후광을 받아 주가가 상승한 반면, 테슬라는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기반으로 테슬라가 가장 과대 평가된 주식 중 하나이며 향후 80% 하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DCF는 기업의 현재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현금흐름을 역산하는 모델인데, 테슬라가 주당 200달러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한 해 평균 430만 대의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고 계산합니다. 지난해 판매량이 대략 180만 대 정도이니 2.5배가량 고평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미래의 잠재력이나 성장 전망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격차는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모든 건 개인의 인사이트, 신념에 맡길 문제입니다. 분명 테슬라는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성과가 기대되는 AI 특화 기업입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 변곡점의 지점임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만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이 시점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변동성에 주의하는 동시에 장기적 관점에서 FSD나 AI 진행상황에 주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마치면서
투자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능력은 아마도 미래가치를 판별하는 날카로운 직관일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개인들에게 이 직관이라는 것은 어떤 때에는 맞고 또 다른 때에는 틀리는,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매우 부정확한 도구입니다. 현시점에서 개인적인 직관으로 AI에 결부된 테슬라의 미래 비전은 너무나 뚜렷해서 거부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과거 시장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기업들의 몰락의 역사를 상기해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만 다시 확인할 뿐입니다. 10년, 20년 후의 테슬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테슬라를 바라보는 당신의 직관은 어디쯤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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